"머리 좀 묶고 다녀" 한 마디에 딸이 눈물을 터뜨렸습니다. 제가 뭘 잘못한 건지, 너무 심하게 말한 건지 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. 달래야 하는지, 그냥 두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. 아무것도 아닌 말에 이렇게 무너지는 딸을 보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,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어요.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습니다. 그 눈물이 제 말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걸. 그 나이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차오르고, 그게 사소한 말 한 마디에 터져버리는 거였어요. 사춘기 딸의 눈물 앞에서 어쩔 줄 몰랐던 엄마들, 저도 그랬습니다. 같이 이야기 나눠봐요.
그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
별거 아닌 말이었어요.
아침에 딸이 머리를 산발한 채로 나오길래 "학교 가는데 머리 좀 묶지" 했습니다.
평소에도 몇 번 했던 말이었고, 잔소리라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어요. 근데 딸이 갑자기 멈추더니,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이 뚝 떨어졌습니다.
저는 순간 얼어붙었어요.
뭔가 잘못됐다는 건 알겠는데, 뭐가 잘못된 건지 몰랐습니다.
머리 묶으라는 말이 그렇게 상처가 되는 말이었나. 내가 말투가 이상했나. 머릿속으로 방금 한 말을 되감았는데, 딱히 뭔가 심하게 한 것 같지가 않았어요. 근데 딸은 눈물을 닦지도 않고 그냥 서 있었습니다.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.
"왜 울어, 엄마가 뭘 잘못했어?"
그 말이 또 실수였습니다. 딸이 고개를 돌리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. 문이 닫히고, 저는 현관에 혼자 남았습니다.
출근은 해야 하는데, 저 상태로 학교에 보내도 되는 건지,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한 건지 그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.
그날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렸습니다.
그게 처음이 아니었거든요. "방 좀 치워" 했다가 딸이 입술을 꾹 깨물고 눈물을 참은 적도 있었고,
밥 먹다가 제가 아무 생각 없이 "요즘 살쪘나" 했다가 딸이 수저를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간 적도 있었습니다.
그때도 저는 영문을 몰랐어요.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. 근데 딸한테는 농담이 아니었던 거겠죠. 그걸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.
눈물이 나오는 게 아이가 약한 게 아니라는 걸, 그때는 솔직히 머리로만 알고 있었어요.
달래야 하는지, 기다려야 하는지 몰랐습니다
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.딸이 울고 방에 들어가면,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.
바로 들어가서 달래면 딸이 더 크게 울거나, 아니면 "괜찮아요" 하고 더 문을 닫아버렸어요. 그
렇다고 그냥 두면 저 혼자 거실에서 마음이 불편해서 아무것도 못 했고요.
한번은 용기 내서 들어갔습니다. "엄마가 말이 좀 심했어, 미안해" 했더니 딸이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"아니에요" 했어요.
괜찮다는 건지, 아니라는 건지. 그 말 한 마디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.
저는 옆에 잠깐 앉았다가, 뭔가 더 말하면 더 복잡해질 것 같아서 그냥 나왔어요.
나오면서 문을 닫는데, 이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 확신이 없었습니다.
그 무렵에 제가 제일 힘들었던 게, 내가 뭘 해도 틀린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. 달래도 안 되고, 내버려 둬도 안 되고,
사과해도 어색하고. 그냥 멀뚱히 있으면 냉정한 엄마 같고. 어느 쪽을 선택해도 찝찝함이 남았습니다.
딸이 우는 이유도 모르겠는데,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으니까 저도 모르게 딸 눈치를 보게 됐어요. 말 한마디 하기 전에 이 말이 또 울릴까, 생각을 먼저 하게 됐습니다.
그게 또 이상한 상황이더라고요. 엄마가 딸 눈치를 보는 게.
눈물이 제 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
그즈음에 딸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한 번 했어요.
성적 때문에 연락드린 건데,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요즘 집에서 딸이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다고 꺼냈습니다.
선생님이 잠시 생각하시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. "그 나이 여자아이들은 호르몬 변화가 굉장히 크거든요.
본인도 왜 우는지 모를 때가 많아요. 감정이 먼저 나오고, 이유는 나중에 붙는 거예요."
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.
본인도 왜 우는지 모른다. 그러니까 딸이 우는 게 제 말이 결정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는 거였어요.
제 말은 그냥 방아쇠였던 거고, 총알은 이미 안에 가득 차 있었던 거였습니다.
학교에서 쌓인 것들, 친구 사이에서 눈치 본 것들, 자기 몸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낯섦, 뭔지 모를 불안함. 그게 다 안에 있는데 어디다 내놓지를 못하다가, 집에 와서 엄마 말 한 마디에 터져버린 거였어요.
그걸 알고 나서, 딸이 울 때 제 마음이 조금 달라졌습니다.
전에는 딸이 울면 내가 뭔가 잘못한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. 그러니까 당황하고, 설명하려 하고, 사과하면서도 억울하고.
근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, 딸이 울 때 일단 그 감정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.
말의 내용보다, 지금 이 아이가 얼마나 가득 차 있었는지를요.
어느 날 딸이 또 눈물을 글썽이길래,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옆에 앉았습니다.
이유도 묻지 않았고, 달래려고도 하지 않았어요. 그냥 있었습니다.
5분쯤 지났을까, 딸이 "엄마 나 요즘 좀 힘들어" 했어요. 그 말을 꺼내는 데 그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습니다.
제가 뭔가 했으면 그 말은 안 나왔을 거예요.
그날 이후로 달라진 게 있었어요. 딸이 우는 게 덜 무서워졌습니다.

눈물을 막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
비슷한 마음을 가진 엄마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.
사춘기 딸이 사소한 말에 눈물을 터뜨릴 때, 그게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압니다.
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,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고, 달래려다 더 어긋나는 것 같아서 그냥 서 있게 되는 그 순간이요.
저도 그 자리에 수도 없이 서 있었으니까요.
근데 한 가지만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.
눈물을 빨리 멈추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. "왜 울어", "별거 아니잖아", "엄마가 그런 뜻으로 한 말 아니야"
이런 말들이 사실 아이 입장에서는 내 감정을 부정당하는 말로 들릴 수 있어요.
울어도 된다는 걸, 그 감정이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는 게 먼저더라고요.
달래는 말보다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게 더 클 때가 많았습니다.
"엄마 여기 있어" 한 마디면 충분한 날도 있었어요. 이유를 묻지 않아도,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,
그 자리에 같이 있어 주는 것 그게 이 나이 아이들한테 엄마가 줄 수 있는 제일 큰 것일 수 있습니다.
그리고 한 가지 더요.
아이가 운 뒤에 너무 오래 끌지 않아도 됩니다.
아이들은 울고 나면 생각보다 금방 털고 일어나요. 엄마가 그 감정을 더 오래 붙들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. 아이가 괜찮아졌으면, 엄마도 같이 털어버려도 돼요. 모든 눈물에 이유를 찾고, 해결책을 내놓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.
그냥 울게 두세요. 울고 나면 조금 가벼워지거든요. 그 아이도, 그 옆에 있는 엄마도요.
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