처음엔 별거 아닌 줄 알았습니다
딸이 방에 들어가면서 문을 닫았을 때, 저는 그냥 지나쳤어요. 덥지도 않은데 왜 닫지, 정도의 생각이었거든요.
근데 그게 하루가 되고, 이틀이 되고, 어느 순간부터는 집에 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더니 딸깍. 그 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.

뭐가 달라진 걸까. 계속 생각했어요.
제가 뭔가 잘못한 건지, 친구랑 싸웠는지, 아니면 저한테 말 못 할 무슨 일이 생긴 건지.
괜히 문 앞에서 귀 기울이는 제 자신이 창피하면서도, 그렇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.
열한 살. 아직 초등학생인데. 작년까지만 해도 화장실 갈 때도 "엄마 나 쉬한다~" 하고 문 열어놓던 애가.
식탁이 이렇게 어색했던 적이 없었습니다
어느 날은 밥 먹으라고 불렀다가 "알았어" 소리만 들리고 한참 안 나와서, 저도 모르게 "야, 밥 다 식는다!" 하고 소리를 높였어요.
문이 벌컥 열리더니 딸이 나왔는데, 그 얼굴에 뭔가 귀찮음인지, 억울함인지, 아니면 그냥 피곤함인지 딱 그 경계에 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. 저는 그 표정을 보면서 아무 말도 못 했어요.
밥 먹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.
TV를 켜놓고 뭔가 먹는 척했지만, 사실 딸 얼굴만 보고 있었어요.
뭔 생각 하는 거야. 무슨 일 있어. 물어보고 싶었는데, 괜히 물어봤다가 더 멀어질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습니다.
그 순간이 얼마나 이상했는지. 매일 같이 밥 먹는 식탁인데, 이렇게 어색한 적이 없었어요.
그날 밤에 혼자 누워서 생각했습니다. 내가 이 아이를 모르게 되는 건가. 그게 제일 무서웠어요.
방문은 도망이 아니라, 자기 자신으로 들어가는 문이었습니다
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알게 됐어요.
딸이 방문을 닫는 게 저를 거부하는 게 아니었습니다.
그 애도 뭔가 혼자 감당하려고 애쓰고 있던 거였어요. 친구 사이에서 오가는 말들, 스스로도 모르는 감정들, 자기 몸이 달라지는 것들. 그걸 말로 꺼내기엔 아직 어설프고, 그렇다고 혼자 삭히기엔 너무 크고. 방문은 그 틈 같은 거였습니다. 엄마한테서 도망친 게 아니라, 자기 자신한테로 들어간 거였어요.
억지로 열려고 했을 때는 더 꽉 닫혔습니다. 근데 그냥 두었을 때 밥 먹고 나서 "오늘 날씨 진짜 이상하지?" 하고 별거 아닌 말을 꺼냈을 때, 딸이 "응 진짜" 하고 받아치더니 갑자기 학교 이야기를 조금 했어요. 아주 조금이었는데, 그게 어찌나 반갑던지.
문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, 그게 엄마가 할 수 있는 전부일지 몰라요
비슷한 마음을 가진 엄마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.
방문이 닫혔다고 관계도 닫힌 게 아니랍니다. 그 나이 아이들은 지금 자기 세계를 만들고 있는 중이거든요. 그 세계 안으로 엄마가 따라 들어가려 하면 문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더라고요. 대신 문 앞에 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게. 억지로 열지 않아도,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만 알게 해주면 아이들은 결국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옵니다.
기다리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. 근데 그게 제일 필요한 것 같아요.
우리 모두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, 사춘기 아이의 엄마라는 거. 너무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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