본문 바로가기
딸 마음 이해하기

사춘기 아이가 엄마 말을 무시할 때 | 상처받은 엄마의 솔직한 이야기

by mom_mind11 2026. 7. 1.

분명히 들렸을 텐데 대답이 없습니다.

분명히 말했는데 안 한 척합니다.

"들었어?" 하면 그제야 "알아요" 한 마디. 그 무심한 반응 하나에 하루가 무너지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있었어요.

내가 이 아이한테 이렇게까지 무시당해야 하나 싶어서, 방에 들어가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.

근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어요. 그게 무시가 아니었다는 걸. 그 나이 아이들은 엄마 말이 안 들려서가 아니라, 너무 많이 들려서 탈이 나는 거였습니다. 사춘기 자녀 때문에 말이 안 통한다고 느끼는 엄마들, 저도 그 마음 압니다. 

 

분명히 들었을 텐데,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

처음엔 그냥 못 들은 줄 알았어요.
"밥 먹어" 했는데 대답이 없었습니다. 이어폰을 끼고 있었으니까, 그럴 수도 있다 싶었어요. 가까이 가서 다시 말했습니다.

"밥 먹으라고." 딸이 고개를 들더니 저를 한 번 보고, 다시 핸드폰 화면으로 눈을 내렸어요. 대답은 없었습니다.


저는 그 자리에서 잠깐 멈췄습니다.


지금 나를 본 거 맞지. 들은 거 맞지. 근데 왜 아무 말이 없지. 황당하면서도 뭔가 가슴 한켠이 싸늘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.

화가 난 건데, 그 화가 어디서 오는 건지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.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.

아니면 내가 이 아이한테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존재인가 싶은 기분이랄까요.


"야, 엄마가 말하면 대답은 해야지."
목소리가 생각보다 날카롭게 나왔습니다. 딸이 그제야 "알아요" 했는데, 그 말투에 힘이 하나도 없었어요.

귀찮다는 건지, 피곤하다는 건지, 아니면 그냥 대충 넘기려는 건지. 어느 쪽이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.

저는 밥상을 차리면서 아무 말도 안 했어요. 뭔가 말을 하면 더 상해버릴 것 같아서.
그날 저녁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.


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어요. 청소하라고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고, 씻으라고 했는데 "이따가요" 하고 흘려버리고,

할머니한테 전화하라고 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.

하나하나는 별거 아닌 것 같은데, 그게 매일 쌓이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지쳐갔습니다.

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느낌. 내 말이 이 아이한테 가닿지 않는다는 느낌.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.


어느 날은 딸이 학교 간 뒤에 혼자 앉아서 생각했습니다. 내가 뭘 그렇게 잘못 키운 건가.

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아이가 된 건가. 그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까 눈물이 났어요. 말도 안 통하고, 안기지도 않고, 대답도 안 하는 이 아이가 어떻게 내가 낳은 애인지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. 그 생각이 드는 제 자신이 또 싫었고요.

참다가 터진 날, 제가 먼저 무너졌습니다

그날은 특별히 더 피곤한 날이었어요.
일도 많았고, 몸도 좋지 않았는데, 집에 와보니 딸이 시켜둔 설거지를 안 해놨습니다.

아침에 나가면서 분명히 말했거든요. 오늘 늦을 것 같으니까 설거지만 좀 해놓으라고. 딸이 "알겠어요" 했는데, 싱크대에는 그릇이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.


저는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딸 방 문을 열었어요.
"설거지 하라고 했잖아."
딸이 핸드폰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. "아, 깜빡했어요."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나왔어요.

미안한 기색도 없이, 당연하다는 듯이. 저는 그 순간 뭔가 탁 끊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.
"깜빡했다고? 엄마가 아침에 얼마나 부탁했는데. 엄마 말이 그렇게 우습게 들려?"


목소리가 떨렸어요.

화가 난 건데, 동시에 울음이 나오려고 했습니다. 딸이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어요.

저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주방으로 나왔습니다. 혼자 설거지를 하면서, 그릇 소리가 괜히 크게 났어요.


한참 뒤에 딸이 나왔습니다. 아무 말 없이 제 옆에 서서 행주로 그릇을 닦기 시작했어요.

미안하다는 말은 없었습니다. 근데 그 자리에 와서 선 것 자체가, 그 애 나름의 방식이었겠구나 싶었어요.

그날 저는 먼저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. 그냥 같이 설거지를 끝냈어요. 그게 전부였는데, 이상하게 조금 풀렸습니다.

 

무시가 아니라, 조율 중이었던 겁니다

그 일이 있고 나서 한동안 딸을 좀 다르게 보려고 노력했어요.
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, 말을 처리하는 속도가 다른 건 아닐까. 엄마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,

지금 자기가 하던 것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닐까. 그렇게 생각하려고 해도, 솔직히 처음엔 잘 안 됐습니다.

머리로는 이해하려고 하는데, 막상 대답 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는 딸을 보면 또 감정이 올라왔어요.


그러다 어느 날 딸이 숙제를 하다가 저한테 뭔가 물어봤습니다. 저는 마침 다른 걸 하고 있었고,

딸 말이 귓속으로 들어오긴 했는데 바로 대답을 못 했어요. 잠깐 있다가

"응, 뭐라고?" 했더니 딸이 "됐어요, 찾았어요" 하고 넘어갔는데.


그 순간 멈췄습니다.
나도 방금 딸 말을 바로 못 받았구나. 하던 것에서 빠져나오는 데 나도 시간이 필요했던 거잖아.

딸이 하는 게 그거였던 거 아닐까. 못 들은 게 아니라, 지금 있는 데서 나오는 중인 거. 그게 어른인 저도 자연스럽게 하는 일인데,

아이한테는 예의 없다고 느꼈던 거였습니다.
물론 다 그런 건 아니에요. 진짜로 흘려버린 것도 있었고, 귀찮아서 미룬 것도 있었겠지요.

근데 그게 전부 저를 무시해서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이 나이 아이들은 자기 세계에 빠져 있다가 현실로 소환되는 게 꽤 큰 전환이거든요. 그 전환이 매끄럽지 않을 뿐, 마음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.


그걸 알고 나서 제가 말을 거는 방식을 조금 바꿔봤어요. "밥 먹어"를 바로 던지는 게 아니라, "야, 5분 있다가 밥 먹자" 하고 예고를 해줬습니다. 딸이 준비할 시간을 주는 거예요.

그랬더니 진짜로 5분 뒤에 나왔습니다.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, 달라진 건 분명히 있었어요.

말이 안 통한다고 느껴질 때, 말을 줄여보세요

비슷한 마음을 가진 엄마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.
아이가 내 말을 무시하는 것 같을 때, 그게 제일 상처가 되죠. 무시라는 게 단순히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,

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거잖아요. 오래 키운 내 아이한테 그걸 느낄 때, 그 서러움이 얼마나 큰지 저는 압니다.
근데 한 가지만 해보시면 어떨까요.


말을 줄여보세요. 많이 말할수록 아이는 더 귀를 닫는 경향이 있더라고요. 짧고 명확하게,

그리고 한 번만. "밥 먹어"를 세 번 말하는 것보다, "10분 후에 밥이야" 하고 한 번 말하는 게 더 잘 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.

그리고 반응이 없을 때 바로 다시 말하는 것보다, 잠깐 기다려주는 것도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어요.

아이가 자기 속도로 반응하도록 조금 여유를 두는 거예요.


그리고 하나 더요.
아이가 내 말에 반응했을 때, 작더라도 알아봐 주세요. "설거지 해줘서 고마워", "나왔네, 잘 먹자" 같은 말이요. 별거 아닌 것 같아도,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있습니다. 무시하는 것 같아 보여도, 엄마가 자기를 어떻게 대하는지는 다 느끼고 있어요.
말이 안 통하는 것 같은 이 시간이, 사실은 서로 다른 언어를 배우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. 느리고 답답하지만, 이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통하게 되더라고요. 저도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.